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 보유는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어요. 물가가 오르면 현금이 가진 실제 구매력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수치로 보면 이게 더 명확해요.
예를 들어 지금 연간 물가 상승률이 3.5% 수준을 보이고 있어요. 반면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가장 높은 곳도 세전 3.6% 정도예요. 여기서 이자 소득세 15.4%를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약 3.05%가 돼요.
단순 계산으로도 물가는 3.5% 오르는데 내 돈은 3.05% 늘어나는 셈이에요. 현금을 은행에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매년 실질 가치가 0.45%씩 줄어드는 확정적인 손실을 보고 있는 거예요.

현금은 녹고 있는 얼음과 같아요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내 통장 잔액 숫자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손실이라고 인식하지만, 숫자가 그대로인 채 그 가치만 줄어드는 것은 손실로 잘 체감하지 못해요.
명목상 돈의 액수는 그대로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양이 줄어드는 현상이에요. 작년에 1만 원이었던 점심값이 올해 1만 1천 원이 되었다면, 내 통장에 있는 1만 원의 가치는 그만큼 줄어든 셈이에요.
이것은 마치 따뜻한 방 안의 얼음과 같아요. 현금은 가만히 놓아두기만 해도 저절로 녹아 가치가 줄어들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현금을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변동성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변동성이 없다는 것은, 가치 하락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 돼요. 이것이 현금 보유의 가장 큰 함정이에요.
돈이 일할 기회를 잃어버려요
현금을 그저 보유만 하는 것은 두 가지 큰 기회비용을 발생시켜요.
첫째는 복리 효과를 누릴 기회를 잃는 것이에요. 현금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해요. 이자가 붙지만 앞서 본 것처럼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예요.
둘째는 자산 가격 상승의 흐름을 놓치는 것이에요. 인플레이션은 물가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식,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의 가격도 함께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어요.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이는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주가를 올릴 수 있어요.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 역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그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강해요.
현금만 가지고 있으면 다른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이미 오른 뒤에는 더 적은 현금으로 훨씬 비싸진 자산을 사야 해요. 결국 현금 보유자는 자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동시에, 다른 자산 보유자와의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어요.
빚을 진 사람은 유리해져요
아이러니하게도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빚을 가진 사람이 현금을 가진 사람보다 유리해질 수 있어요. 물가 상승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내가 갚아야 할 빚의 실질적인 부담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1억 원의 대출이 있다고 가정해 봐요. 10년 뒤에도 갚아야 할 원금은 명목상 1억 원으로 동일해요. 하지만 10년 뒤 1억 원의 실제 구매력은 지금의 1억 원보다 훨씬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커요.
즉, 나는 가치가 더 낮아진 돈으로 빚을 갚게 되는 셈이에요. 반대로 1억 원의 현금을 가진 사람은 그 가치 하락의 피해를 그대로 입게 돼요.
물론 그렇다고 무리하게 빚을 내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이자 부담이 커져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이 현상은 인플레이션이 현금 보유자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예시예요.
현금,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그렇다고 현금이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에요. 현금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중요한 수단이에요.
가장 합리적인 현금 보유 수준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상자금이에요. 이 돈은 투자를 위한 돈이 아니라, 내 삶의 안정을 위한 방어막 역할을 해요.
이 비상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투자한 자산을 헐값에 팔지 않도록 지켜주기 때문이에요.
만약 비상금이 없다면, 주식 시장이 폭락한 최악의 시점에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어요. 비상자금은 이런 상황을 막고 나의 투자 계획이 흔들리지 않게 버텨주는 역할을 해요.
이 돈은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현금이나 단기 예금, 파킹통장 같은 현금성 자산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이 비상자금을 제외한 잉여 현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돼요. 전체 자산에서 현금 비중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인 10%에서 15%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돼요.
가치를 지키는 자산으로 옮겨가야 해요
비상자금을 제외한 현금은 실질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다른 자산으로 옮겨두는 전략이 필요해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자산들은 다음과 같아요.
- 주식: 물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 특히 배당주나 필수 소비재 관련 주식이 방어적 성격을 가져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 리츠(REITs):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으로, 임대료 기반의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할 수 있어요. 물가가 오르면 임대료와 배당 수익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어요.
- 금 및 귀금속: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에요. 이자나 배당은 없지만,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불확실성 시기에 가치를 인정받아요.
- 인플레이션 연동채권(TIPS): 물가 상승률에 연동되어 원금과 이자가 오르는 채권으로, 실질 가치를 보존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 돼요.
- 달러 자산: 미국 달러 같은 기축통화는 원화 가치 하락 위험을 분산하는 역할을 해요. 국내 물가 상승이 원화 가치 하락을 동반할 경우, 달러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게 돼요.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구매력 하락이라는 손실, 복리 수익 기회 상실, 그리고 다른 자산 상승 흐름에서의 소외 등 여러 위험을 안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현금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자산에 균형 있게 나누어 두는 것이에요.
결국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현금 비중을 조절하고 자산을 배분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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